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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시사 & 뉴스

침묵의 봄(Silent Spring) - 레이첼 카슨

by 버들도령 2020.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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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봄(Silent Spring)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

1. 저자소개 :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레이첼 카슨은『Time』지가 뽑은 20세기를 변화시킨 100인 가운에 한 사람이다. 1907년 펜실베이니아주 스프링데일에서 태어난 그녀는 작가가 되고 싶어 했지만 펜실베이니아 여자대학에서 공부하던 중 전공을 문학에서 생물학으로 바꾸었는데, 이 학교에서 과학 전공으로 학위를 받은 보기 드문 여학생이었다.

 존스 홉킨스 대학교에서 해양 동물학 석사학위를 마친 그녀는 메릴랜드 대학교에서 학생을가르치며 자연사에 관한 기사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미국 어류․야생 동물국에서 해양 생물학자로 일했지만, 글을 쓰는 데 전력하기 위해 이 일을 그만두었다.

 시적인 산문과 정확한 과학적 지식이 독특하게 결합된 글을 쓰는 그녀는 1951년『우리 주변의 바다(The Sea Around Us)』를 발표하면서 세계적으로 그 문학적 성과를 인정받았다. 그녀는 영국 왕립문학회 초빙교수였고, 미국 학술원 회원으로 선출되기도 하였다.

전 세계에 살충제 남용의 위험을 널리 알린 이 책은 1962년에 출판되었으며 해양생물학 관련 저서인『바다의 가장자리(The Edge of the Sea)』는 핵폐기물의 해양 투척에 반대하며 전 세계에 그 위험을 경고하였다. 열성적인 생태주의자이며 보호주의자인 카슨은 56세에 암으로 사망하였다.

 

2. 집필동기

카슨 여사가『침묵의 봄』을 집필하게 된 동기는 1958년 1월 매사추세츠주에 사는 조류학자인 친구 허킨스로부터 받은 한통의 편지였다. 편지는 정부 소속 비행기가 모기를 방제하기 위해 숲 속에 DDT를 살포했는데 이 때문에 자신이 기르던 많은 새들이 죽었다는 것을 알리는 내용이었다. 친구는 DDT를 사용한 당국에 항의를 했으나, 당국은 DDT가 무해하다며 항의를 묵살했다. 이에 친구는 항의편지를 신문사에 보내고 그 사본을 카슨 여사에게 보냈던 것이다. 이를 계기로 카슨 여사는 그동안 많은 조사연구를 했지만 중단하고 있던 살충제 사용의 실태와 그 위험성을 알리는 책을 저술하기로 굳게 결심한다.

 카슨 여사는 1958년부터 1962년까지 대부분의 시간을『침묵의 봄』을 위한 자료조사와 집필활동을 보냈다. 이 책은 평화롭고 아름다운 한 시골 마을이 어느 날부터 갑자기 원인모를 질병과 죽음으로 고통 받게 된다는 암시적 우화로 시작한다.

 

3. 책자요약

서구 환경의 역사에서 이 책의 출간은 환경을 이슈로 전폭적인 사회운동을 촉발시킨 결정타로 평가되는 책이며, 약 40년 전에 이미 이런 책이 출간되어 화제가 된 책이다. 저자인 카슨 여사는 생물학자로서의 전문적인 지식과 작가로서의 능력을 발휘해 과학기술 발전에 있어 의미심장한 측면, 아니 불길한 측면을 전해준다. 이 책은 들판에 뿌려지는 유독성 화학물질들과 그로 인한 미국 야생 생태계의 광범위한 파괴에 관한 책이다. 그러나『침묵의 봄』은 단순히 유독물질에 관한 책이 아니라, 자연생태에 관한 것이며 환경과 동식물의 관계에 관한 것이기도 하다.

 

 1) 내일을 위한 우화

 자연의 조화가 절묘한 아름다운 마을이 마치 저주에 걸린 듯 점차로 생명을 잃어가다가 봄의 소리, 새들의 소리가 사라진 죽음의 공간으로 바뀌는 짤막한 우화로 이 책은 시작한다. 오늘날(1960년대) 수많은 마을에서 활기 넘치는 봄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이 책을 쓴다고 저자가 설명하고 있다.

 

 2) 참아야 하는 의무

 1940년대 이후 ‘해충’이라는 현대적인 용어로 설명되는 곤충, 잡초, 설치류와 다른 유기체들을 없애기 위해 200여 종의 화학물질들이 제조되었고, 농산물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광범위한 살충제의 사용은 국가 차원에서 장려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살충제의 무분별한 사용은 해충 뿐 아니라 인간을 비롯한 여러 생명체에게 위협으로 다가왔고, 살충제에 내성을 지닌 종으로 변이하는 등 여러 유전자 돌연변이가 생성되었다.

 해충박멸업자들의 야기한 위험을 책임져야 하는 사람은 바로 일반 시민들이다. 지금과 같은 방제법을 계속 고집할 것인지, 우리가 결정을 내리려면 현재 벌어지는 상황과 진실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진 로스탄드는 이런 말을 했다. “참아야 하는 것이 의무라면, 알아야 하는 것은 우리의 권리다.”

 

 3) 죽음의 비술

 DDT는 1874년 독일 화학자에 의해 처음으로 합성되어 살충제로서의 효능이 발견되었고, 질병을 옮기고 한밤중에 식량을 축내는 해충들에게 승리를 안겨줄 수 있는 수단으로 인정받았으며 개발자인 스위스의 폴 멀러는 노벨상을 받았다. 그러나 DDT 혹은 살충제와 관련해 가장 큰 문제는 먹이사슬을 통해 독성이 다른 생물체로 계속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탄화수소 그룹에 속해 있는 세 가지 살충제인 디엘드린, 알드린, 엔드린이 탄화수소 중 가장 유독한 성질을 가지고 있고, 살충제로 사용되는 파라티온 등 유기인산 에스테르 계열은 세상에서 가장 독성이 강한 물질이다, 제초제 등 중에서는 돌연변이를 야기하는 물질로 분류된 것도 있고 유전자를 변형시킬 위험이 있는 것도 있다.

 4) 지표수와 지하수

 살충제로 인한 수질 오염은 전체 환경의 오염이라는 넓은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수질을 오염시키는 원인은 원자로와 실험실, 병원에서 배출되는 방사능물질은 물론, 도시와 마을에서 버린 가정 폐수, 공장에서 나오는 산업폐기물 등 다양하다. 여기에 농작물과 정원, 숲과 밭에 뿌려진 살충제가 더해진다.

 1960년 미국 어류․야생동물국에서 발표한 보고서를 살펴보면 가문비나무 해충방제용으로 DDT가 대량 살포되었던 미국 서부 지역에서 예상했던 바대로 모든 물고기의 조직에 DDT가 함유되어 있었으며, 살충제가 살포된 곳에서 30마일 떨어진 샛강에서 잡은 물고기에서도 DDT가 포함되어 있었다. 결국 오염을 일으킨 수단은 지하수라고 추정할 수밖에 없었다.

수질 오염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지하수의 광범위한 오염인데 어디에서건 물에 살충제를 살포하는 것은 결국 모든 수자원을 위협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땅에 떨어진 비는 토양과 암석에 난 구멍과 틈을 따라 점점 더 깊은 곳으로 스며들어 마침내 모든 틈을 물로 채운다. 비가 강으로 직접 내리거나 지면을 따라 바로 시냇물로 흘러드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흐르는 물은 대부분 지하수 단계를 거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지하수 오염은 물의 오염을 의미하는 것이다.

 

 5) 토양의 세계

 대륙의 표면을 덮고 있는 얇은 층인 토양은 인간을 비롯한 지상 모든 생물들의 생존을 결정한다. 토양이 없다면 식물이 자라지 못하고 식물이 없으면 동물 역시 살아남을 수 없다. 토양은 서로 연결된 생물들로 촘촘하게 짜여진 거미줄과 같다. 생물은 토양에 의지해 살며, 토양 역시 공동체를 구성한 생물들이 번성할 때만 이 지구상에 존재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중요한 문제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토양을 불모지로 만드는 화학약품이 직접 뿌려지거나 숲과 과수원, 밭에 뿌려진 살충제가 비에 섞여 토양에 스며들 때에 토양을 구성하고 유지하는 다양한 생물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비선택적 살균제를 사용하면서도 나무뿌리에 기생해 토양에서 영양 성분을 추출하도록 돕는 곰팡이가 무사하도록 바랄 수 있을까?

 토양에 뿌려지는 살충제에 관해 꼭 기억해야 할 것은 그 독성이 몇 달 혹은 심지어 몇 년까지도 지속된다는 사실이다.

 

 6) 지구의 녹색 외투

 물과 토양, 그리고 지구의 녹색 외투라 할 수 있는 식물들로 인해 지상에서 동물들이 살아나갈 수 있다. 현대인들은 이런 사실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태양 에너지를 이용해 우리의 식량을 만들어주는 식물이 없다면, 인간의 존재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이런 식물에 대해 우리는 정말로 편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즉각적인 이용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그 식물을 잘 키우고 보살피지만 지금 당장 별로 바람직하지 않거나 관심 없는 거라면 즉시 이 식물을 없애 버린다.

 산쑥의 일종인 세이지가 번성한 미국 서부 지역에서 분별없는 생각 때문에 파괴된 풍경의 가장 비극적인 예를 발견할 수 있다. 미국 서부 고원지대의 기후는 건조하고 바람이 많다. 이런 환경에 적합한 모든 조건을 갖춘 식물의 한 종인 세이지는 작은 관목이다. 세이지뇌조라는 새의 서식지는 세이지의 생육지와 일치하고, 산양 역시 겨울을 나는 동안 세이지를 먹고 산다. 그런데 지역개발 담당자들은 더 많은 목초지를 요구하는 목장업주들에 의해 화학 제초제를 사용한 세이지 박멸 프로그램이 진행하여 세이지를 제거하고 목초만을 심었다. 자연적으로 세이지와 목초는 더불어서 사는데 세이지를 제거하고 나니 비가 별로 내리지 않는 지역이라 목초만 자라기에는 강수량이 부족했다. 세이지와 함께 있을 때는 오히려 목초가 더 잘 자랐는데 세이지가 사라지자 세이지를 먹고사는 산양과 뇌조도 사라졌다. 목초지도 더 이상 푸르지 않았다. 계획대로 세이지는 모두 사라졌지만 녹지 역시 사라졌다.

 

 7) 불필요한 파괴

 생물들의 자기 복원은 상당히 힘들다. 야생생물이 살충제에 한 번이라도 노출된다면 원래 상태로 완전히 회복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일반적으로 독극물로 인한 환경오염은 그곳에 사는 생물들에게만 해를 입히는 것이 아니라 철새 등 이주성 동물에게도 치명적인 덫이 된다. 살충제가 뿌려지는 지역이 넓을수록 생물의 기본적인 안전을 지켜주는 오아시스가 없어지기 때문에 피해는 더욱 심각해진다.

살충제는 대부분 비선택적이다. 없애려는 특정한 종만을 제거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맹독성이라는 단순한 이유 하나만으로 그 살충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살충제와 접촉하는 모든 생물, 가족들의 사랑을 받는 고양이, 농부가 키우는 가축, 들판에서 키우는 가축, 들판에서 뛰노는 토끼, 하늘 높이 날아가는 종달새가 모두 위험에 빠진다.

 

 8) 새는 더 이상 노래하지 않고

 많은 연구를 통해 새들이 해충 억제 측면에 있어서 여러모로 중요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딱따구리는 가문비나무에 사는 엥겔만 갑충의 수를 45~98% 감소시킬 정도로 천적이며, 사과 과수원의 좀나방 억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박새와 겨울철새는 자벌레를 잡어먹어 과수원을 보호해준다.

 그러나 이러한 자연의 조절 능력은 화학약품에 흠뻑 젖은 현대사회에서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살충제가 해충뿐 아니라 그 천적인 새들도 함께 죽이기 때문이다. 오염된 먹이를 먹은 새들은 살충제에 중독되어 죽게 된다. 살충제가 뿌려지고 얼마 후에는 벌레들이 다시 돌아온다. 그러나 벌레의 숫자를 조절해줄 새들이 없다.

 위험에 처한 새들의 울음소리가 전 세계에서 들려오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다르겠지만 살충제로 인해 야생생물이 잇달아 죽음을 맞게 되었다는 점에서는 같다. 프랑스에서는 포도나무 줄기에 비소가 함유된 제초제를 뿌린 후 수백 마리의 새들이 죽었으며, 벨기에에서는 하늘을 날아다니던 자고새가 주변 농지에 살포된 살충제로 인해 자취를 감추었다.

 

 9) 죽음의 강

거대한 삼림 지역에서 실시되는 현대적인 곤충방제는 숲속을 가로지르는 하천에 사는 물고기들에게도 큰 위협이 되었다. 물고기의 떼죽음에 관해 가장 널리 알려진 사례는 1955년 미국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원인은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내부와 그 주변에 뿌려진 살충제였다. 그해 가을, 죽은 물고기들이 옐로스톤 강에서 대거 발견되자 낚시꾼들과 몬태나 주의 어업․수렵 담당자들은 크게 놀랐다. 약 90마일의 하천 유역이 오염되었는데, 겨우 300야드의 강기슭을 따라 황색송어, 백송어 등을 비롯한, 죽어가는 물고기 600여 마리가 발견되었다. 송어의 먹이인 수중곤충들도 자취를 감추었다.

 삼림을 보존하면서 동시에 물고기를 살리는 방법이 분명히 존재한다. 가문비나무 벌레 억제에 있어서는 기생충을 활용하는 방법이 살충제보다 효과적이었다는 사례가 기록으로 남아 있다. 이런 자연적 통제를 최대한 사용할 필요가 있다. 물론 독성이 약한 살충제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보다 삼림 생물 전체에는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해충만 없애는 미생물을 활용하는 편이 낫다.

 

10) 공중에서 무차별적으로

 현재 사용되는 독극물은 예전 그 어떤 것보다 위험한데도 불구하고 공중에서 무차별적으로 살포하고 있다. 구제 목표인 곤충이나 식물만이 아니라 화학약품이 뿌려진 지역에 사는 인간마저도 예기치 못한 재앙처럼 독극물과 접촉하게 된다. 숲과 경작지만이 아니라 마을과 도시에도 유독물질이 살포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중살포를 통해 수백만 에이커의 땅에 뿌려지는 치명적인 화학약품에 대해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다. 1950년대 후반에 시행된 매미나방 퇴치사업과 불개미 퇴치사업은 이러한 회의적 시각을 증가시키는 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

 매미나방 퇴치사업의 경우 비행기를 이용한 무분별한 DDT 살포로 채소밭, 목장, 양어장, 해안 습지가 오염되어 주민, 낙농업자, 채소재배업자, 양봉업자 모두 큰 피해를 보게 되었다. 매미나방을 영원히 없애버리려던 미국 농무부는 이 일로 인해 대중의 신뢰와 호의를 잃었을 뿐 아니라 상당한 값비싼 비용을 치르고도 실제로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

 불개미 퇴치사업은 불개미가 농업에 피해를 주고 인간의 건강과 생명에 위협을 가한다는 명목으로 시작하였으나 방제의 필요성을 과장한 전형적인 사례로 다른 생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아무런 과학적 지식 없이 서투르게 시행되어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11) 보르자 가문의 꿈을 넘어서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중요한 요인은 살충제의 대규모 살포만은 아니다. 우리는 소규모이지만 매일 또는 매년 지속적으로 화학물질에 노출되고 있다. 모기나 진드기, 혹은 다른 해충 때문에 고생한다면 옷이나 피부에 뿌리는 로션이나 크림, 스프레이들 중에서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다. 오늘날 정원 가꾸기에는 엄청난 유독물질이 등장한다. 모든 공구상이나 정원용품점, 슈퍼마켓에는 원예에 필요한 다양한 살충제가 종류별로 늘어서 있다.

 우리가 먹는 식품의 농약잔류량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과학자들은 “DDT가 조금이라도 들어가지 않은 음식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라는 결론을 내렸다. DDT를 규제하기 위한 정부의 ‘잔류 허용량 기준치’가 있지만 이것은 한 음식에 대한 규제이며 우리가 여러 음식을 먹는다면 그 기준치를 넘게 된다.

가장 필요한 것은 독성 화학물질에 대한 잔류 허용량을 폐지하는 것이며, 덜 위험한 농약을 만들어내는 것뿐 아니라 비화학적인 방법을 개발하는 데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은 로마 시대의 보르자가의 초대를 받은 손님보다 나을 것이 하나도 없다. 보르자가에서는 손님을 초대해 놓고 독살해 죽이는 일이 다반사였다.

 

12) 인간의 대가

 병든 환경을 조성하고 질병을 전파하는데 있어서 살충제는 어떤 역할을 할까? 살충제들이 토양과 물, 음식을 오염시키며 고기가 뛰놀지 않는 개울과 새가 없어 온통 고요하기만 한 정원과 숲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은 이미 확인했다. 인간이 아무리 안 그런 척 행동해도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다.

 우리는 단 한 번이라 해도 심각한 화학물질에 노출될 경우 중독을 일으키게 된다. 상당량의 화학물질에 노출된 농부와 농약살포업자, 농약살포용 비행기조종사, 그 외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병을 일으키거나 죽음에 이르는 것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비극이다. 하지만 인류 전체를 놓고 볼 때,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게 세상을 오염시키는 살충제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몇 마리 곤충을 순간적으로 없애려다가 우리 인간이 정신착란, 환상, 기억력 감퇴 등으로 고생하게 되는 것은 너무 심한 일이다. 하지만 신경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이런 화학물질의 사용을 고집하는 한 우리는 그 대가를 계속해서 치르게 될 것이다.

 

13) 작은 창을 통해서

 생물학자인 조지 월드는 눈의 시각 색소에 관한 자신의 독특한 연구에서 다음과 같은 비유를 사용한 바 있다. “멀리 떨어진 아주 작은 창문을 통해서는 오직 한 줄기 빛만을 볼 수 있다. 창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우리의 시야는 점점 더 넓어지고 결국 이 창을 통해 전 우주를 다 볼 수 있게 된다.”

 우리 몸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몸의 세포 하나, 그 다음엔 세포 속의 미세한 구조들, 그리고 마침내는 그 구조 속의 분자들로 우리 관심이 옮겨지게 된다. 우연히 우리 몸속으로 들어온 외부의 화학물질이 미치는 심각하고 광대한 영향도 이런 식으로 이해할 수 있다. 세포 속에서의 에너지 생산이 순조롭고 효과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우리 몸은 다른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 그런데 곤충과 설치류, 잡초를 없애려고 사용하는 화학물질이 이런 시스템에 영향을 주어서 아름다울 정도로 정교한 신체 기능을 교란시킨다.

 살충제가 가벼운 염색체 손상에서부터 유전자 돌연변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세포 활성과정을 방해하고 그 결과 심각한 문제를 불러일으킨다는 증거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몇 세대에 걸쳐 DDT에 노출되었던 모기들은 암컷과 수컷의 특징을 동시에 지닌 자웅동체로 바뀌게 된다. 페놀계 화학물질의 세례를 받은 식물은 심각한 염색체 파괴와 유전자 변형, 놀라운 돌연변이 등 ‘되돌릴 수 없는 유전형질 변이’를 경험하게 된다.

 인간의 잘못으로 인한 유전자의 변이는 이 시대에 대한 협박, 우리 문명의 마지막이자 큰 위험이 될 수 있다.

 

14) 네 명 중 한 명

인간은 생물체 중 유독 혼자만 암 유발물질을 인공적으로 만들어낸다. 인간이 만들어낸 발암물질들은 지난 몇 세기 동안 우리 환경의 일부가 되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방향족 탄화수소의 일종인 매연이다. 산업시대의 여명이 밝으면서 여러 가지 변화가 생겼고 그 변화에 점점 더 가속이 붙었다. 생물학적으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강력한 능력을 보유한 새로운 화학물질과 물리적 동인들이 자연환경을 대신하게 되었다.

 농약 살포기나 비행기에서 쏟아져 내린 ‘화학물질’을 맞은 농부들, 개미를 없애려고 살충제를 뿌려둔 방에서 공부한 대학생, 집에 휴대용 린덴 분무기를 마련해 둔 주부, 클로르덴과 톡사펜을 뿌려 둔 목화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등 일상에서 살충제에 노출된 사람들은 백혈병, 암 유발 등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세상에서 모든 화학적 발암물질을 제거하는 일은 비현실적인 목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중 상당수는 생활에 있어 필수적인 성분이 아니다. 이런 물질들을 제거하면 전체 발암물질의 양은 훨씬 줄어들고 그 결과 네 명 중 한 명에게서 암이 발병할 가능성 역시 줄어들 것이다.

 

15) 자연의 반격

 인간이 뿌려대는 화학물질로 인해 환경의 내재적인 저항력과 각 생물 종을 적절하게 조절하는 방어벽이 약화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우리가 이런 방어벽을 무너뜨릴 때 마다 곤충들의 수는 엄청나게 늘어난다. 전 세계적으로 보고된 내용을 살펴보면 우리가 지금 심각한 곤경에 빠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10년간 강도 높은 화학방제를 통해 이미 해결했다고 생각한 문제들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그 수가 미미하던 곤충들이 심각할 정도로 늘어난 것이다.

 우리가 천적 역할을 하고 있는 동물을 모두 죽인 후에야 비로소 그 동물이 맡고 있던 조절 기능을 깨닫는다. 숲을 지나면서도 그 아름다움과 경이를 모르는 것처럼, 우리 주변에 자리 잡고 있는 낯설고 때로 무서울 정도인 생명의 힘을 잘 알지 못한다. 포식곤충과 기생곤충의 활동에 대해서는 더더욱 모른다. 특정 벌레를 없애기 위해 살충제를 사용하다 천적 곤충까지 없애버려 자연의 균형을 깨고 훨씬 더 큰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

 

16) 밀려오는 비상사태

 DDT와 다른 화학물질이 등장한 이후 ‘곤충의 저항시대’가 시작되었다. 곤충이 살충제에 반격을 취할 수 있는 효과적인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서서히 나타났다. DDT가 등장하기 전인 1945년 기존 살충제에 내성을 지닌 것으로 보고된 곤충은 12종 정도였다. 그런데 새로운 유기화학물질이 등장해 널리 사용된 1960년대에 이르자 화학물질에 대해 내성을 지닌 곤충이 137종이라는 놀라운 수치로 증가하게 되었다.

 병을 옮기는 해충을 없애서 전염병을 통제했다는 빛나는 승전보는 자주 들여오지만 그 반대편의 이야기, 즉 실패에 관해서는 감추어져 있다. 해충이 인간들 때문에 오히려 더 강해졌다는 놀라운 주장을 강력히 뒷받침해주는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17) 가지 않은 길

 우리는 지금 길이 두 갈래로 나뉘는 곳에 서 있다. 하지만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에 등장하는 두 갈래 길과는 달리, 어떤 길을 선택하건 비슷한 결과가 나오지는 않는다. 우리가 오랫동안 여행해온 길은 놀라운 진보를 가능하게 한 너무도 편안하고 평탄한 고속도로였지만 그 끝에는 재앙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가지 않은 다른 길은 지구의 보호라는 궁극적인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마지막이자 유일한 기회라 할 수 있다.

 화학적 방제를 대신할 수 있는 대안을 찾고자 한다면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선택이 존재한다. 수컷 불임화, 유인제 사용, 미생물을 이용한 방제법, 천적 사용 등 어떤 것은 이미 사용되었고 화려한 성공을 거둔 바도 있다. 아직 실험중인 것도 있고 상상력 풍부한 과학자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가 실험으로 옮겨질 날만을 기다리는 방법도 있다. 이들 모두는 공통점이 있다. 방제 대상이 되는 유기체와 이 유기체가 속해 있는 전체 생명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생물학적 해결법이라는 점이다.

 곤충학자, 병리학자, 유전학자, 생리학자, 생화학자, 생태학자 등 광범위한 분야를 대표하는 전문가들이 생물학적 조절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위해 자신의 지식과 창의적인 영감을 쏟아 붓고 있다.

 

4. 이 책의 출판 이후

40여년 전에 출판된 이 책은 지금의 현실과는 괴리가 있고 농약사용으로 인한 환경훼손 우려를 지나치게 과장한 측면은 있으나, 이 책은 미국환경운동의 기폭제가 되었으며 20세기 후반 인류에게 환경문제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남게 되었다.

 이 책의 출판을 막으려는 화학업계의 거센 방해에도 불구하고, 레이첼 카슨은 환경 문제에 대한 새로운 대중적 인식을 이끌어내며 정부의 환경 정책 변화와 현대적인 환경운동을 가속화시켰다. 1963년 케네디 대통령은 환경 문제를 다룰 자문위원회를 구성하였다. 그리고 1969년 미국 의회는 국가환경정책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암연구소는 DDT가 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증거를 발표하였고, 각 주들은 DDT의 사용을 금지하기 시작하였다. 또한 이 책을 읽은 한 상원의원은 케네디 대통령에게 자연보호 전국순례를 건의했으며, 이를 계기로 지구의 날(4월22일)이 제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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